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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4 남해 비급상점, 라운지32, 미조리

 

편안한 숙소에서 남해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계획했다.

동쪽, 서쪽, 남쪽.. 나흘간 머무르며 생각해 두었던 버킷리스트들을 완전히 다 채우진 못했지만

나름 알차게 보냈던 시간이다. 서울에선 쉬이 엄두가 안 나는 거리라 언제 다시 방문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이번 여행동안 느꼈던 감정보다는 더 따뜻하고 푸릇할 것임을 알기에 약간의 미련이 남아 다행이었다.

 

 

남해 비급상점. 지난번 남해에 갔을때 방문해보지 못햇 아쉬움이 남았던 장소이다.

이 날은 사장님의 개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오픈이 조금 지연됐던 날. 빈 가게를 담아놓고 식사 후에 재방문 하기로 :)

 

 

발 길 닿는 곳 모두 아련한 느낌이 든다.

이 곳에 다녀간적도 살아본 적도 없지만 언젠가 그리워했던 모습이었던 것처럼..

 

 

시골에 가면 중식당이 꽤 많이 보이는 편인데 어지간 해서는 실패가 없다.

적어도 지역에서 나는 농수산물을 사용했을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일까?

오래 자리를 지키며 고집해 오셨을 음식에 대한 열정 때문일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찍고..

 

 

드디어 비급상점 방문!

 

 

 

따뜻한 조명과 목공예품들이 서늘했던 날씨에 부들거렸던 몸과 마음을 녹여주었다.

 

 

고재와 오래된 나무조각들을 잘 다듬어 만드신 듯한 제품들.

 

 

드르륵 하고 열리던 창문 혹은 문짝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제품들.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가보지 못했고 살아보지 못한 집에서의 문과 창에 나는 어떤 감정이 들었을까?

근거없는 그리움이 될 것이란 생각을 남해에서 참 많이했다.

 

 

셀렉해 두신 책도 한 두권 구입했고, 걸어둘 만한 장소를 찾아보자며 제품에 미련을 남기고 가게를 나섰다.

 

 

꽤 좋은 시설이 잘 갖춰졌던 남해 라운지 32. 고급스러운 인테리어가 인상적이었다.

얼죽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 초이스는 성공적이었고..

 

 

남해에 사는 친구없이 혼자 보냈던 시간도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

 

 

 

일몰명소 솟대하우스 근처에서 플레이모빌과 함께..

 

 

근처에 위치한 숙소 덕분에 제일 자주 드나들었던 미조항.

사실 나흘이나 바닷가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 당시 나는 별 감흥이 없었지만 호수처럼 조용하고 잔잔한

바닷가의 풍경이 참 인상적인 곳이다.

도시에서 바쁘게 살아가다보면 자연스레 잊혀지겠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

철썩하는 파도소리도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내지 않은채 잔잔하게 흘러갈 풍경.

 

 

 

봄 철 한가득 꽃으로 뒤덮히고 반팔 티셔츠에 츄리닝 바지 하나입고 노곤하게 즐길 수도 있는

남도의 풍경을 겨울철에 방문하는 바람에 조금 아쉬움도 있었고,

천천히 흘러가는 대로 살아보자 했지만 조금이라도 차가 없으면 엑셀을 냅다 밟기 일쑤였다.

하지만 피동적이지 않고 나 자신의 온전한 의지대로 살아볼 수 있었고

빌딩숲이 아닌 바다와 나무로 뒤덮힌 숲과 같은 곳에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와 대화를 많이 나눠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여행은 참 좋았다.

쫒기고 여유없는 삶을 또 다시 살아가야겠지만 조금은 여유롭게 조금은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가벼워 지기도 했다.

 

다시 돌아갈 그 날까지, 아디오스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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