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책을 읽었는데 무슨 내용을 읽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안 날 때가 종종 있다. 나에겐 전공서적이 특히 그랬다. 머리로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지만 페이지를 넘기다보면 이해했던 그 부분마저도 다시 보아야 기억날 뿐 또렷하게 새겨지는 느낌이 없었다. 특히 「상법」 을 공부할 땐 온갖 전문용어들이 난무했고, 그 하나하나의 용어가 연결되지 않으면 학습에 진척이 없었다. 아마도 그때 나는 필사를 처음 경험했다. 누군가 시킨 것이 아닌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수업이 마치고나면 도서관에 앉아 그 날 강의들은 내용과 책에 있는 내용들을 빼곡히 필사했고 놀랍게도 책에서 보았던 내용들이 하나도 잊히지 않고 기억에 잘 남았다. 처음 겪은 필사의 매력이었다. 나는 독서를 할 때 그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